회사 동료에게서 괜찮은 맛집을 추천받았다며 '한턱 쏘겠다'는 남편, 모처럼 일찍 퇴근해 부산을 떠는 모습이 즐거워 보여 더 묻지 않고 따라나섰습니다. 홍대에서 차로 10여 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연남동에 위치한 이자카야 '시로구마(しろくま)'. 연남동은 화교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중국 음식점만 유명한 줄 알았는데, 조용한 주택가에 은근 숨은 맛집이 많다고 하더군요.
이른 저녁이라 그런지 손님은 별로 없었고요, 주방에서는 싱싱한 횟감을 닷지에 올려놓고 손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평범한 동네 이자카야의 분위기, 하지만 칼을 잡은 사장님의 포스는 왠지 범상치 않아 보였습니다. 알고 보니 이 분, 일본에서 8년간 일식을 배우고, 경주의 콩코드 호텔과 청와대 앞 소나무에서 주방장을 지낸 분이더군요.
미리 코스 요리를 예약해 둔 남편 덕에 자리에 앉자마자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간단한 샐러드와 무조림으로 입을 개운하게 하고, 계절 메뉴인 단호박 밤 조림을 즐겼습니다. 이자카야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계절에 따라 바뀌는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죠. 별다른 양념 없이 단호박에 밤, 건포도, 대추, 호두 등을 듬뿍 올려 쪄냈는데 입안 가득 향긋하게 가을 향이 퍼집니다.
이어서 생선회와 초밥이 올라왔는데요. 도미와 광어, 제철 방어 등을 두툼하게 썰어냈더군요. 선도와 양 모두 괜찮습니다. 당근으로 모양을 낸 나비며 물들인 일식 장아찌, 찬바람에 붉게 물들어가는 남천잎까지... 아! 가을이군요.
접시 뒤편엔 윤기 흐르는 초밥이 몇 점 놓여 있네요.
강판에 갈아낸 굵은 입자가 그대로 씹히는 생 와사비, 조금 떼서 올린 후 간장 없이 회 본연의 맛을 느껴봅니다.
기름기 많은 방어는 무순과 함께~! 회 한 점 한 점이 입에 착착 감기네요.
회 접시가 바닥을 드러낼 즈음 등푸른생선 시리즈가 등장했습니다. 위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고등어, 아지(전갱이), 청어회입니다. 등푸른생선은 특히 선도가 중요한데요,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비린내가 심해 조심해서 먹어야 하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일단 맛을 들이면 특유의 고소한 맛에 자꾸만 찾게 되죠. 제철을 맞아 더욱 기름기가 잘잘~ 흐르는 생선. 아지와 청어는 쉽게 구할 수 없는 횟감이기에 더 맛이 좋습니다.
등푸른생선회는 이렇게 다진 생강과 쪽파를 곁들여 먹으면 잡내가 없다죠~
다음엔 푸짐한 튀김이 나왔습니다. 아이와 함께 온 것을 본 점원이 코스 후반에 나오는 튀김을 먼저 주셨네요. 인삼 튀김의 맛과 향이 특이합니다. 다양한 안주들의 향연에 참지 못한 남편이 생맥주를 한잔 주문했습니다. :)
해삼 내장으로 만든 일본식 젓갈인 고노와다에 우니(성게 알)를 넣은 요리. 달달한 우니와 짭쪼름한 고노와다의 조화가 술안주로 그만이네요.
뒤이어 나온 전복, 멍게, 우니, 굴.
바다의 맛과 향, 그리고 가을이 느껴지시나요?
마무리는 도미 머리와 시사모, 메로 구이로 합니다. 튀김을 먼저 먹었기에 코스요리는 여기서 끝인데요. 아이의 먹거리를 걱정하신 주방장께서 특별히 오뎅탕을 서비스로 주셨습니다. 메뉴에 없는 서비스 오뎅탕이지만 여러 종류의 오뎅에 삶은 달걀까지 푸짐하게 넣어 맛도, 양도 제대로였어요. 덕분에 회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도 튀김과 구이, 오뎅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답니다.
시로구마는 아담한 규모의 소박한 이자카야입니다. 올 6월에 오픈했는데, 이미 맛집으로 소문이 났는지 저녁때가 되니 빈 테이블이 없을 정도로 북적이더군요. 방은 없고요. 테이블 예닐곱 개와 주방 앞 일자형 테이블 자리 일곱 개가 전부입니다. 격식 차려 먹어야 할 중요한 자리라면 모를까 가까운 지인들과의 회식이라면 계절을 느낄 수 있는 메뉴와 음식의 맛, 합리적인 가격 등을 고려해 한번 들를만한 곳입니다. 저희가 먹은 메뉴는 인당 35,000원 코스였고요, 코스 요리는 인당 25,000원 부터 시작한다고 합니다. 생선회나 복 요리 같은 1~2만원 대의 다양한 단품 요리도 있으니 퇴근길에 사케 한잔 생각나실 때 들러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상호: 시로구마
전화번호: 02-332-0168
주소: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228-40
위치소개: 2호선 홍대입구역 2번 출구, 연남동 기사식당 먹자거리
(찾기가 좀 어렵습니다. 만두로 유명한 중식당 '향미' 옆에 있어요.)
이른 저녁이라 그런지 손님은 별로 없었고요, 주방에서는 싱싱한 횟감을 닷지에 올려놓고 손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평범한 동네 이자카야의 분위기, 하지만 칼을 잡은 사장님의 포스는 왠지 범상치 않아 보였습니다. 알고 보니 이 분, 일본에서 8년간 일식을 배우고, 경주의 콩코드 호텔과 청와대 앞 소나무에서 주방장을 지낸 분이더군요.
미리 코스 요리를 예약해 둔 남편 덕에 자리에 앉자마자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간단한 샐러드와 무조림으로 입을 개운하게 하고, 계절 메뉴인 단호박 밤 조림을 즐겼습니다. 이자카야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계절에 따라 바뀌는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죠. 별다른 양념 없이 단호박에 밤, 건포도, 대추, 호두 등을 듬뿍 올려 쪄냈는데 입안 가득 향긋하게 가을 향이 퍼집니다.
이어서 생선회와 초밥이 올라왔는데요. 도미와 광어, 제철 방어 등을 두툼하게 썰어냈더군요. 선도와 양 모두 괜찮습니다. 당근으로 모양을 낸 나비며 물들인 일식 장아찌, 찬바람에 붉게 물들어가는 남천잎까지... 아! 가을이군요.
접시 뒤편엔 윤기 흐르는 초밥이 몇 점 놓여 있네요.
강판에 갈아낸 굵은 입자가 그대로 씹히는 생 와사비, 조금 떼서 올린 후 간장 없이 회 본연의 맛을 느껴봅니다.
기름기 많은 방어는 무순과 함께~! 회 한 점 한 점이 입에 착착 감기네요.
회 접시가 바닥을 드러낼 즈음 등푸른생선 시리즈가 등장했습니다. 위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고등어, 아지(전갱이), 청어회입니다. 등푸른생선은 특히 선도가 중요한데요,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비린내가 심해 조심해서 먹어야 하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일단 맛을 들이면 특유의 고소한 맛에 자꾸만 찾게 되죠. 제철을 맞아 더욱 기름기가 잘잘~ 흐르는 생선. 아지와 청어는 쉽게 구할 수 없는 횟감이기에 더 맛이 좋습니다.
등푸른생선회는 이렇게 다진 생강과 쪽파를 곁들여 먹으면 잡내가 없다죠~
다음엔 푸짐한 튀김이 나왔습니다. 아이와 함께 온 것을 본 점원이 코스 후반에 나오는 튀김을 먼저 주셨네요. 인삼 튀김의 맛과 향이 특이합니다. 다양한 안주들의 향연에 참지 못한 남편이 생맥주를 한잔 주문했습니다. :)
해삼 내장으로 만든 일본식 젓갈인 고노와다에 우니(성게 알)를 넣은 요리. 달달한 우니와 짭쪼름한 고노와다의 조화가 술안주로 그만이네요.
뒤이어 나온 전복, 멍게, 우니, 굴.
바다의 맛과 향, 그리고 가을이 느껴지시나요?
마무리는 도미 머리와 시사모, 메로 구이로 합니다. 튀김을 먼저 먹었기에 코스요리는 여기서 끝인데요. 아이의 먹거리를 걱정하신 주방장께서 특별히 오뎅탕을 서비스로 주셨습니다. 메뉴에 없는 서비스 오뎅탕이지만 여러 종류의 오뎅에 삶은 달걀까지 푸짐하게 넣어 맛도, 양도 제대로였어요. 덕분에 회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도 튀김과 구이, 오뎅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답니다.
시로구마는 아담한 규모의 소박한 이자카야입니다. 올 6월에 오픈했는데, 이미 맛집으로 소문이 났는지 저녁때가 되니 빈 테이블이 없을 정도로 북적이더군요. 방은 없고요. 테이블 예닐곱 개와 주방 앞 일자형 테이블 자리 일곱 개가 전부입니다. 격식 차려 먹어야 할 중요한 자리라면 모를까 가까운 지인들과의 회식이라면 계절을 느낄 수 있는 메뉴와 음식의 맛, 합리적인 가격 등을 고려해 한번 들를만한 곳입니다. 저희가 먹은 메뉴는 인당 35,000원 코스였고요, 코스 요리는 인당 25,000원 부터 시작한다고 합니다. 생선회나 복 요리 같은 1~2만원 대의 다양한 단품 요리도 있으니 퇴근길에 사케 한잔 생각나실 때 들러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상호: 시로구마
전화번호: 02-332-0168
주소: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228-40
위치소개: 2호선 홍대입구역 2번 출구, 연남동 기사식당 먹자거리
(찾기가 좀 어렵습니다. 만두로 유명한 중식당 '향미' 옆에 있어요.)
그린데이 님의 글 더 보기
2011/10/04 - 이스탄불에서 즐긴 나홀로 만찬 ‘함시’, 술탄아흐멧 피시하우스
2011/10/07 - 재즈에 취하고 자연에 취했던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
2011/10/12 - [홍대 맛집] 찬바람 불면 생각나는 뜨끈한 훠궈, 진사부
2011/10/14 - 가을은 재즈가 익는 계절.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
2011/10/04 - 이스탄불에서 즐긴 나홀로 만찬 ‘함시’, 술탄아흐멧 피시하우스
2011/10/07 - 재즈에 취하고 자연에 취했던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
2011/10/12 - [홍대 맛집] 찬바람 불면 생각나는 뜨끈한 훠궈, 진사부
2011/10/14 - 가을은 재즈가 익는 계절.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
'Delicious 2D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풍주당] 고단한 일상을 내려놓는 이자까야 '하루'의 고우현 사장 (2) | 2011.10.29 |
---|---|
[잠실맛집] 반주와 함께한 고기 국물 칼국수, 안동국시 전문점 '소호정' (2) | 2011.10.28 |
[석모도 맛집] 늦가을 꽃게탕과 밴댕이 회무침 한 접시 '춘하추동' (4) | 2011.10.28 |
호박에서 국수가 나온다고? 매콤달콤 아삭한 국수호박비빔면!! (11) | 2011.10.25 |
[오사카여행] 정통 교토식 돈까스 전문점 '카츠쿠라' (1) | 2011.10.25 |
자꾸만 손이 가요! 쫄깃하고 향긋한 연근파래전 만들기 (4) | 2011.10.20 |
시원한 맥주와 어울리는 화끈 매콤 '치즈불닭' 만들기 (5) | 2011.10.18 |
생일날 가족과 함께한 송어회, 그리고 맥주 한잔 (2) | 2011.10.14 |
환절기 보양식으로 좋은 부추샐러드를 곁들인 '호박훈제오리구이' (5) | 2011.10.13 |
[홍대 맛집] 찬바람 불면 생각나는 뜨끈한 훠궈, 진사부 (5) | 2011.1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