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맛집 바다식당엔 ‘바다’가 없다?
태풍 덴빈의 영향으로 빗줄기가 제법 굵어지던 오후, 바짓단 젖는 걸 마다 않고 한남동으로 향한 건 그곳에 ‘바다식당’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강진역 1번 출구쪽 대로변을 걷다 골목길로 접어들면 빼꼼히 간판 하나만을 내밀고 있는 이태원 맛집 ‘바다식당’.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맛집이지만 40년 넘게 가정집의 소박함을 잃지 않는, 마음편한 밥집이랍니다. 하지만, ‘바다식당’이라고 해서 해산물 요리를 기대하고 가신다면 그야말로 ‘깜놀’하실 수밖에 없지요.
존슨탕부터 T본스테이크까지~
회는 물론 해산물도 찾아볼 수 없는 이태원 맛집 ‘바다식당’. 그래서 왠지 더 낭만적인 느낌이랄까요? 그렇다면 ‘바다식당’에서는 무엇을 먹어야할까요? 일단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먹어줘야 하는 것이 바로 ‘존슨탕’입니다. 이 무슨 정체불명의 탕인가 상상이 안 되신다면 ‘부대찌개’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6•25전쟁 직후 미국부대에서 들여온 햄과 소시지 등을 우리 식대로 김치와 고추장 등을 넣어 끓여먹은 게 부대찌개의 유래인데요. 당시 미국 대통령인 린든 B. 존슨의 성을 따서 ‘존슨탕’으로 불리기도 했답니다. 한남동과 존슨탕, 이만한 조합이 없지요. 이 외에도 소시지, 돼지갈비바베큐, 폭찹, T본스테이크의 메뉴들이 마련되어 있으니 ‘바다’의 내음은 간판에서만 만끽하셔야겠습니다. ^^
40년 전통, 유아인도 다녀간 그곳?
40년 전통의 원조 존슨탕을 내세우고 이태원 맛집인 만큼 유명인들의 사인이 가게 곳곳을 채우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저의 시선을 단번에 빼앗은 이름 석 자! 바로 참이슬의 꽃미남 모델 유아인 씨의 사인입니다. 오늘은 정말 존슨탕에 밥 한공기만 뚝딱 하고 갈랬는데(정말?), 이것은 아무래도 운명인 것 같아 비오는 날 존슨탕에 참이슬 한잔 더해 봅니다.
밑반찬의 내공부터가 다르다
오래된 맛집은 밑반찬만으로도 그 내공을 짐작할 수 있지요. 자리를 잡으니 꼭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처럼 배추김치, 상추 겉절이, 오이무침, 우엉조림이 정갈하게 펼쳐집니다. 잘 묵은 배추김치와 자작한 양념에 숨이 죽어 한결 부드러워진 상추 겉절이는 밥도둑 콤보가 아닐 수 없네요. 새콤달콤한 오이무침은 없던 입맛도 살아나게 하는 감칠맛이 일품이고, 달달한 우엉조림은 아이들 입맛에도 딱입니다. 나중에 등장한 아삭한 마늘장아찌는 맵지도 짜지도 않고 새콤함이 그만이랍니다.
이토록 깔끔하고 개운한 존슨탕이라니!
밑반찬 탐은 여기까지! 드디어 존슨탕이 나옵니다. 이미 다 끓여진 다음 둥근 냄비 째로 상을 점령하는데요. 파릇파릇한 파, 노란 치즈, 빨간 고추가 3색 고명으로 올라 있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넘어갑니다. 일단 한 그릇 푸짐하게 담아 국물 한 숟가락을 넘기는 순간, 아~ 그저 고객을 끄덕이게 됩니다. 한우1+등급 사골로 육수를 낸 덕분일까요? 김치나 매운 양념의 탕이 지니는 특유의 자극이 없이 그저 부드럽게 어우러지는 맛입니다. 짜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감칠맛을 살려냈다는 데 별 다섯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바닥까지 싹싹 비워도 입안과 속이 개운한 느낌, 1시간 후 타는 목마름으로 고통 받을 일도 없을 거라 자신해봅니다.
든든한 한 끼, 마음까지 꽉 찬 느낌
푸짐한 건더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소시지와 햄, 잘 다져진 건더기 고기까지 3총사가 든든하게 배를 채워주는데요. 여럿이 모이면 은근 선호하는 건더기의 취향이 다르지요. 저는 오직 소시지 공략파! 야채와 함께 밥 위에 놓고 쓱쓱 비벼먹는 게 제대로 아니던가요? 그 흔한 라면사리가 없어도(그래서 더욱 깔끔한) 한 끼 제대로 먹었다는 뿌듯함이 드는 ‘바다식당’의 존슨탕. ‘집 밥’이 가지는 든든하고 개운한 에너지를 맛볼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바다식당>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743-7
02-795-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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