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끝나는 늦은 밤에 문을 열고 아침에 문을 닫는 식당이 있습니다. 야근에 지친 사람도, 아픈 사랑을 하는 연인도, 게이나 스트리퍼, 야쿠자 같은 마이너 인생들도 모두 환영받는 곳, 이곳은 바로 '심야식당'입니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에는 마음의 안식처 같은 뒷골목 식당이 나오는데요. 메뉴는 단출하게 된장국 하나이지만 주방장은 손님이 원하는 음식이라면 뭐든 만들어 주죠. 마음을 채우고 영혼을 따뜻하게 하는 소울 푸드를 만드는 곳, 지난 뱃부 여행에서 바로 그런 느낌의 식당 하나를 만났습니다.
뱃부 시장을 둘러본 그린데이네 가족은 점심을 먹을만한 곳을 찾아 나섰습니다. 뱃부역 뒤편에서 우연히 발견한 허름한 식당, 시원한 메밀국수와 창문 틈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에 잠시 마음이 동했지만, 시원한 생맥주가 간절했던 저희는 발길을 돌려 맥주를 파는 다른 식당을 찾았지요. 1시간 남짓을 걸었을까. 너무 이른 시각이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무작정 길을 나섰던 게 무모한 일이었는지 결국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하고 다시 뱃부역으로 돌아왔습니다. 뱃부는 온천지대라 그런지 무척 덥더군요. 지칠 대로 지친 가족은 결국 체념하고 처음에 봤던 식당으로 들어섰습니다.
아.. 그런데 이 포스는~! 겉보기와는 다르게 세월의 연륜이 그대로 묻어나는 식당의 내부는 바로 심야식당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더군요. 허름하지만 반들반들 윤이 나는 조리도구와 그릇이 빼곡히 얹어진 찬장을 보니 뭔가 내공 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허기진 세 식구는 서둘러 자리를 잡고, 튀김소바와 냉소바 정식을 주문했습니다. 면은 모두 메밀면으로 주문 즉시 뜨거운 물에 삶아 내고요.
튀김 역시 미리 준비해 놓은 것을 쓰지 않고 바로 채소와 새우를 다듬어 튀김옷을 입힌 후 바삭하게 두 번 튀겨내더군요. 손질하고 튀겨내는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오픈키친을 통해 과정을 모두 볼 수 있으니 기다리는 내내 기대감이 더합니다.
정식에 포함된 주먹밥을 만드시던 인상 좋은 아주머니. 사진을 찍어도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미소로 자세를 취해주십니다. 주먹밥은 일본인의 소울 푸드라고도 하죠. 저희가 아이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시고는 보통 크기의 두 배 만한 주먹밥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사진을 찍으며 주변을 둘러보니 어~! 여기 생맥주 서버가 보이네요. 그토록 찾아 헤맸는데... 반가운 마음에 맥주도 주문해 봅니다.
냉소바 정식. 원래는 따뜻하게 먹는 세트인데, 남편이 차갑게 먹기를 원했더니 냉소바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소바 위에 얹어진 어묵도 미리 썰어놓지 않고, 그때그때 큰 덩어리에서 잘라 주시는데요. 중간 부분을 큼직하게 썰어서 얹어 주시는 모습이 참 정감 있더군요. 쯔유에 메밀면, 어묵이 얹어진 소박한 국수지만 꽤 깊은 맛이 느껴졌습니다. 이건 제가 주문한 튀김소바. 역시 메밀면이고요. 뜨거운 국물에 갓 튀겨낸 따끈한 튀김을 얹어줍니다. 내공이 느껴지는 예쁜 모양새. 채소와 김은 반면만, 새우는 살 모양을 그대로 살려서 튀김 옷을 입혀냈더군요.
일본 메밀국수는 맛없다고 누가 그랬던가요? 알맞게 삶긴 메밀면과 국물에 적당히 풀어진 튀김, 주인장의 연륜이 소바에 녹아들어 감칠맛을 냅니다.
맥주 두 잔(각 500엔)에 튀김소바(700엔), 소바정식(630엔), 이렇게 먹고 마셨는데 2,330엔이니 가격도 소박한 편이죠.
우연히 발견한 식당에서 연륜있는 소바를 먹으며 가족 모두가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비록 의사소통은 원활하지 않았지만 아주머니 아저씨의 표정과 행동으로 진심을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은 한 끼 식사였죠. 소박한 국수 한 그릇이지만 왠지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음식, 처음이었지만 왠지 단골음식점 같은 그런 곳이었습니다. 유명한 여행지의 이름난 맛집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뒷골목 음식점에 무작정 들어가 보는 것도 재밌습니다. 확률은 반반, 설사 실패한다고 해도 뒷골목의 정취와 서민들의 생활상을 볼 수 있으니 밑지는 시도는 아니죠. 특히 일본 여행 중이라면 나만의 심야식당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몇 일 만이라도 단골식당을 만들어 추억을 남기며 여행의 또 다른 재미를 느껴보는 것도 좋겠네요.
상호명: 소바모또(そば基)
전화번호: 977-21-1519
주소: 〒874-0935 大分県別府市駅前町3-1
위치소개: 뱃부역 바로 뒤편 100m
뱃부역 뒤편에 있는 20년 된 소바집, そば基. 소바와 주먹밥, 우동, 덮밥 등이 주 메뉴.
아.. 그런데 이 포스는~! 겉보기와는 다르게 세월의 연륜이 그대로 묻어나는 식당의 내부는 바로 심야식당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더군요. 허름하지만 반들반들 윤이 나는 조리도구와 그릇이 빼곡히 얹어진 찬장을 보니 뭔가 내공 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허기진 세 식구는 서둘러 자리를 잡고, 튀김소바와 냉소바 정식을 주문했습니다. 면은 모두 메밀면으로 주문 즉시 뜨거운 물에 삶아 내고요.
튀김 역시 미리 준비해 놓은 것을 쓰지 않고 바로 채소와 새우를 다듬어 튀김옷을 입힌 후 바삭하게 두 번 튀겨내더군요. 손질하고 튀겨내는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오픈키친을 통해 과정을 모두 볼 수 있으니 기다리는 내내 기대감이 더합니다.
정식에 포함된 주먹밥을 만드시던 인상 좋은 아주머니. 사진을 찍어도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미소로 자세를 취해주십니다. 주먹밥은 일본인의 소울 푸드라고도 하죠. 저희가 아이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시고는 보통 크기의 두 배 만한 주먹밥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사진을 찍으며 주변을 둘러보니 어~! 여기 생맥주 서버가 보이네요. 그토록 찾아 헤맸는데... 반가운 마음에 맥주도 주문해 봅니다.
냉소바 정식. 원래는 따뜻하게 먹는 세트인데, 남편이 차갑게 먹기를 원했더니 냉소바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소바 위에 얹어진 어묵도 미리 썰어놓지 않고, 그때그때 큰 덩어리에서 잘라 주시는데요. 중간 부분을 큼직하게 썰어서 얹어 주시는 모습이 참 정감 있더군요. 쯔유에 메밀면, 어묵이 얹어진 소박한 국수지만 꽤 깊은 맛이 느껴졌습니다. 이건 제가 주문한 튀김소바. 역시 메밀면이고요. 뜨거운 국물에 갓 튀겨낸 따끈한 튀김을 얹어줍니다. 내공이 느껴지는 예쁜 모양새. 채소와 김은 반면만, 새우는 살 모양을 그대로 살려서 튀김 옷을 입혀냈더군요.
일본 메밀국수는 맛없다고 누가 그랬던가요? 알맞게 삶긴 메밀면과 국물에 적당히 풀어진 튀김, 주인장의 연륜이 소바에 녹아들어 감칠맛을 냅니다.
맥주 두 잔(각 500엔)에 튀김소바(700엔), 소바정식(630엔), 이렇게 먹고 마셨는데 2,330엔이니 가격도 소박한 편이죠.
우연히 발견한 식당에서 연륜있는 소바를 먹으며 가족 모두가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비록 의사소통은 원활하지 않았지만 아주머니 아저씨의 표정과 행동으로 진심을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은 한 끼 식사였죠. 소박한 국수 한 그릇이지만 왠지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음식, 처음이었지만 왠지 단골음식점 같은 그런 곳이었습니다. 유명한 여행지의 이름난 맛집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뒷골목 음식점에 무작정 들어가 보는 것도 재밌습니다. 확률은 반반, 설사 실패한다고 해도 뒷골목의 정취와 서민들의 생활상을 볼 수 있으니 밑지는 시도는 아니죠. 특히 일본 여행 중이라면 나만의 심야식당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몇 일 만이라도 단골식당을 만들어 추억을 남기며 여행의 또 다른 재미를 느껴보는 것도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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