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봄입니다. 새순 돋는 나무와 터질듯한 꽃망울에 마음이 설렙니다. 살랑대는 봄바람에 낯선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충동의 계절, 봄. 그래서 오늘은 멀리 이스탄불 거리로 상상의 산책을 하러 나가 봅니다. 하지만 몇 걸음 걷다 보니 향기로운 꽃내음과 함께 저를 유혹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고소한 음식 냄새!
이스탄불 신시가지의 돌마바흐체 궁전 앞, 관광객들이 오가는 큰 길가에서 청년들이 열심히 숯불을 피우고 있습니다. 대체 뭘 하려는 걸까요?
가까이 가보니 청년들은 길 한복판에서 고기를 굽고 있었습니다. 토마토 등의 채소와 빵도 한가득 쌓아놓고 말이죠.
향신료 솔솔 뿌린 고기가 노릇노릇 익어가는 모습을 보니 군침이 돕니다. 이것은 케밥과 함께 터키인들이 가장 즐겨 먹는 '괴프테'라는 음식인데요. 다진 양고기를 양념한 후 둥글넓적하게 빚어 화덕에 굽는 요리입니다. 전에 비어투데이에서도 한번 소개해 드린 적이 있죠? (관련 글 : [세계의 맛] 형제의 나라에서 즐기는 쫄깃한 떡갈비의 맛, 괴프테)
괴프테는 빵과 샐러드를 곁들여 먹는 음식이지만 이렇게 샌드위치로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터키의 전통 음료인 아이란이나 맥주 한 잔과 함께 먹으면 바쁠 때 한 끼 식사로도 좋습니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따라 해변을 걷다 보면 주말 벼룩시장과 쿰피르로 유명한 이스탄불의 오르타쾨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은 터키 여성들의 간식 '쿰피르'가 있는 오르타쾨이의 한 노점인데요. 한국의 길거리 포장마차처럼 뭔가를 튀겨 팔고 있더군요.
꼬치에 홍합을 꿰어 튀겼다기에 저도 한번 사봤습니다. 튀긴 홍합에는 일단 소금을 좀 뿌려 주는데요. 원하면 매운 양념을 듬뿍 얹어줍니다. 홍합 자체에도 간이 되어 있는데, 여기에 소금과 양념을 얹으니 이건 두말할 나위 없이 맥주 안주더군요. 하지만 터키에서 맥주는 알코올음료 판매가 허가된 가게에서만 살 수 있으니 아쉬울 따름입니다.
어둑어둑해질 무렵, 보스포루스 해협의 부둣가로 나가면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노점들이 눈에 띕니다. 여기에서는 고등어를 통째로 구워 빵에 끼워 파는 고등어 케밥이 가장 유명하지만, 홍합 속에 볶음밥이 들어있는 '미드예 돌마'라는 음식도 인기가 있습니다. 산더미처럼 쌓인 미드예 돌마는 맛이 좋은지 순식간에 팔려나가고 있었는데요. 궁금한 마음에 저도 한번 사봤습니다.
가격도 저렴한 미드예 돌마는 하나에 단돈 300원! 원하는 개수를 말하고 값을 치르니 노점상이 익숙한 손놀림으로 홍합 껍데기를 열어 떼어냅니다. 벗겨 낸 껍데기를 숟가락처럼 들어, 다른 한 손에 있는 홍합 살을 쓱쓱 긁어냅니다. 여기에 신선한 레몬즙을 듬뿍 뿌리면 완성입니다.
바로 이렇게 말이죠. 건네받은 홍합은 그대로 한입에 쏙 털어 넣으면 됩니다. 와! 입안 가득 퍼지는 향긋한 레몬과 홍합 향! 올리브유와 각종 향신료를 넣은 볶음밥이 홍합 살 속에 알차게 들어있어 서너 개 먹으니 속이 든든합니다.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 짭조름한 맛에 자꾸만 맥주 생각이 나더군요.
봄바람 쐬러 나갔다가 맥주 생각만 간절해졌네요. 그렇다면 돌아오는 길에는 일용할 맥주를 몇 병 사와야겠죠? ^^ 아직은 쌀쌀한 봄밤이지만 창문을 활짝 열고 이스탄불의 저물어가는 하루를 바라보며 맥주를 병째로 홀짝이는 그 맛. 여행의 맛이란 바로 이런 것 아닐까요? 음악을 틀고 맥주를 홀짝이며 당장에라도 달려가고 싶은 이스탄불 거리를 상상해봅니다.
저는 이제 싱싱한 홍합을 사러 나가야겠어요. 물론 맥스 몇 병도 함께 챙겨 와야겠지요. 한국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어디서나 맥주를 살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운 터키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전 오늘 봄밤의 정취를 즐기렵니다. ^^
쫄깃하고 고소한 떡갈비, '괴프테'
짭조름한 '터키식 홍합 튀김'
홍합 속에 볶음밥이? '미드예 돌마'
저는 이제 싱싱한 홍합을 사러 나가야겠어요. 물론 맥스 몇 병도 함께 챙겨 와야겠지요. 한국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어디서나 맥주를 살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운 터키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전 오늘 봄밤의 정취를 즐기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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