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엔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바이나흐츠마르크트(Weinachtsmarkt, 크리스마스시장)에 쓰일 통나무 상점들이 설치되었다. 작년에도 혼자였고, 재작년에도 혼자였으니까, 올해도 역시 홀로 크리스마스를 보낼 일이 쉽게 예상된다. 로맨틱한 사건이 생긴다면야 좋겠지만, 갑자기 내 인연이 딱 나타나리란 보장도 없다. 그러니 미리미리 약속도 많이 잡아놓고, 재미있는 일들을 계획해야겠다. 예상할 수 있는 외로운 크리스마스에 감사해야…… 할까?
그러고 보면 세상살이가 다 그렇다. 나쁜 일도 예상하면 적절히 대비하고, 적절히 대비하면 적어도 조금은 재미있어진다. 그런데 항상 예상 가능한 일만 일어나진 않는다. 예상이 가능하지 않은 때 급작스레 일어난 일은 대게 아주 기쁘거나, 혹은 아주 슬프다.
Die Deutschen lieben Bier!
“집 앞인데, 들려도 돼?”
바스티가 전화를 했다. “그럼.”이라고 대답한 지 삼분이 채 되지 않아 벨이 울렸다. 바스티는 양손에 맥주 한 병씩을 챙겨 들고 나타났다. 쾰쉬(Kölsch)다.
"어서 와. 식사는?“
"아직 전인데.“
우산도 없이 흩뿌리는 가랑비를 맞은 모양이다. 바스티는 축축하게 젖은 윗옷을 의자 위에 턱 걸쳐놓았다. 표정이 밝지 않았다.
어쩐 일이지. 나는 주섬주섬 저녁을 챙기며 눈치를 봤다. 마침 만들어놓았던 완두콩수프(Erbsensuppe)가 넉넉히 있었던 지라, 부어스트(Wurst)만 송송 썰어 넣었다.
"원거리 연인 사이에 열정이 식는 건 치명적이야. 어느 날 상대가 멀리 떨어져있음을 깨닫게 되니까.“
바스티는 맥주를 따르며 담담하게 말했다.
쾰른(Köln)지역에서 생산되는 맥주, 쾰쉬(kölsch)
“무슨 일이 있었어?”
“아니, 그냥.”
바스티의 대답이 맥주 맛처럼 쌉쌀했다. 나는 바스티가 다시 말을 꺼낼 때까지 잠자코 기다렸다.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만날 때는 늘 최선을 다해. 그러니까 만나면 똑같지. 그런데 각자 집으로 돌아가고 나면…… 처음엔 만나는 횟수가 줄고, 그 다음엔 통화하는 횟수가 점점 뜸해져.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게 수순이겠지.”
“자주 만나지 못해도 애틋하잖아. 서로 노력하면…… 멀리 떨어져 있다고 다 그렇진 않아.”
나는 바스티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물론. 하지만 종종 그래. 멀어서 꼭 필요한 때에 곁에 있을 수 없으니까, 마음에도 틈이 생겨.”
그는 힘 없는 말투로 중얼거렸다.
“야나가 프랑크푸르트(Frankfurt)에서 온 남자 동료를 소개한 적이 있어. 직장에서 친하게 지낸다고. 그때 예상했어야 했는데.”
벌써 일이 벌어졌구나, 느낌이 왔다. 오늘의 맥주로 쾰쉬를 택한 그의 속내를 알만 했다. 괜히 완두콩수프에 썰어 넣은 프랑크푸르터 뷔어스트헨(Frankfurter Würstchen)조차 눈에 거슬렸다. 나는 바스티가 창 밖을 내다보는 사이 유리병을 치워버렸다.
“마시자.”
바스티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도 잔을 맞부딪치며 말했다.
“그래, 마시자. 좋아했던 만큼 잊지 않을게. 안녕, 쾰쉬.”
잠깐! 지나쳐도 될 상식
본문 중 쾰른(Köln)지역의 특산맥주, 쾰쉬(Kölsch)는 독특한 음주문화로도 유명한데요, 우선 8도에서 10도 사이를 유지하는 온도가 중요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마시는 컵의 특별함을 꼽을 수 있습니다. 쾰쉬글라스(Kölschglas) 또는 슈탕에(Stange)라고 부르는 이 컵은 높이가 15센티미터 정도 되는 가는 원통모양의 유리컵입니다. 쾰쉬맥주집인 쾨베스(Köbes)에서는 쾰쉬글라스가 비면 묻지 않고 새 잔을 내온다고 하는군요. 그만 마시고 싶을 땐 맥주잔받침을 컵 위에 올려놓거나 계산서를 달라고 하면 된답니다.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이 단체로 쾰쉬를 즐길 때는 10리터짜리 나무맥주통인 피터멘헨(Pittermännchen)이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직접 나무통에서 따라 마시는 것도 무척 재미있을 것 같군요.
본문 중 쾰른(Köln)지역의 특산맥주, 쾰쉬(Kölsch)는 독특한 음주문화로도 유명한데요, 우선 8도에서 10도 사이를 유지하는 온도가 중요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마시는 컵의 특별함을 꼽을 수 있습니다. 쾰쉬글라스(Kölschglas) 또는 슈탕에(Stange)라고 부르는 이 컵은 높이가 15센티미터 정도 되는 가는 원통모양의 유리컵입니다. 쾰쉬맥주집인 쾨베스(Köbes)에서는 쾰쉬글라스가 비면 묻지 않고 새 잔을 내온다고 하는군요. 그만 마시고 싶을 땐 맥주잔받침을 컵 위에 올려놓거나 계산서를 달라고 하면 된답니다.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이 단체로 쾰쉬를 즐길 때는 10리터짜리 나무맥주통인 피터멘헨(Pittermännchen)이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직접 나무통에서 따라 마시는 것도 무척 재미있을 것 같군요.
지난 '독일인을 맥주를 사랑해!' 글 보기
2010/07/30 - [독일맥주] 슈니첼(Schnitzel), 맥주의 좋은 친구
2010/08/18 - [독일맥주] 달콤한 맥주, 쌉쌀한 맥주
2010/09/01 - [독일맥주] 맥주와 소시지의 연애담
2010/09/17 - [독일맥주] 오래도록 곁에 있는 그 사람, 그 맥주
2010/11/16 - [독일생활] 독일인은 맥주를 사랑해! 10. 의외의 장소, 짜릿한 맥주
2010/07/30 - [독일맥주] 슈니첼(Schnitzel), 맥주의 좋은 친구
2010/08/18 - [독일맥주] 달콤한 맥주, 쌉쌀한 맥주
2010/09/01 - [독일맥주] 맥주와 소시지의 연애담
2010/09/17 - [독일맥주] 오래도록 곁에 있는 그 사람, 그 맥주
2010/11/16 - [독일생활] 독일인은 맥주를 사랑해! 10. 의외의 장소, 짜릿한 맥주
![](http://cfs.tistory.com/custom/blog/38/387748/skin/images/betomania_05_izac.jpg)
![](http://cfs.tistory.com/custom/blog/38/387748/skin/images/intro_btm.gif)
'Life 2D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울증엔 이것이 특효! 우울증에 좋은 활동들 (1) | 2010.12.13 |
---|---|
[북경여행] 북경에서 맛보는 진짜 자장면, 징웨이미엔따왕(京味面大王) (6) | 2010.12.10 |
우울증은 이제 안녕! 우울증 치료법과 우울증에 좋은 음식은?! (5) | 2010.12.10 |
연말연시 술 약속, 이것만은 꼭! 음주습관 십계명 (4) | 2010.12.09 |
[터키여행] 겨울이면 등장하는 터키의 길거리 군것질거리 (8) | 2010.12.03 |
[이탈리아여행] 베니스, 베네치아 맥주를 아시나요? (2) | 2010.12.01 |
[이탈리아여행] 에메랄드 빛 바다, 작은 섬 카프리! '카프리와 아말피 섬'여행 (4) | 2010.11.29 |
[이탈리아여행] 아름다운 곳, 이태리 소렌토 그리고 beer (4) | 2010.11.22 |
[독일생활] 독일인은 맥주를 사랑해! 10. 의외의 장소, 짜릿한 맥주 (4) | 2010.11.16 |
[이탈리아여행] 역사의 폼페이, 시간이 멈춰버린 그 곳 (6) | 2010.11.16 |